기사 심패담 신촌 이성민
이성민

**이 글은 마치 그날들의 일기처럼 각색되어, 다소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된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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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은 대략 저녁 7시 30분이다. 마무리 되어가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귓등으로 들으면서 오늘은 배송량이 많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한다.(난 무교다) 규정상 9시 30분까지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면 되지만, 집에서 직장까지 차로 20분 거리에 사는 나로서는 서둘러 출근하는 모양새다. 캠프에 도착하면 약 8시. 이미 출근해 있는 동료들이 10명 정도 있다. 우리 구역은 배송기사들이 하루 평균 30명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벌써 약 30%의 인원들이 출근해 있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남은 1시간 반 동안 오늘 함께 할 배송 차량을 선택해서 찜하고(가능한 탑차 내부 등이 이상 없이 들어오고, 기름이 가득 차있고, 에어컨이 빵빵하고 결함이 없는 차량을 선호한다. 이건 오늘 내 차야! 하고 동참한 가방을 조수석에 위치시키면 찜 한 것이다.), 차량의 기능적 점검을 한다. 어플을 사용해 확인한 사항에 대해서 각종 보고서를 작성해서 업로드, 그 후 오늘 마실 음료수를 쟁여놓고(캠프 내부 자판기에서 355ml 음료 한 캔을 300원에 판매한다.) 사람들과 인사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흡연자는 흡연을 비흡연자는 휴식(핸드폰과 함께하는 명상)을 한다. 9시 25분이면 내가 배송할 구역이 정해진다. 아... 오늘은 고생하는 날이구나. 매일 같은 체념을 하고 9시 30분에 나와 비슷한 표정을 띈 동료들이 모두 모여 스트레칭을 한 후 요 이 땅! 해서 각자의 책임이 실린 롤테이너(배송 박스와 비닐이 내 키만큼 가득 담긴 수레)를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자, 이제부터 나와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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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밤거리는 이상하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한가운데에
젊은 사람들은 거리에서
밤바람에 열을 식히며 맥주를 즐기고,
자영업자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가게 정리를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상할 거라곤
하나도 없는 거 보니
내가 이상한가 보다.

10시 정도면 내가 배송하는 구역의
반 정도 되는 가게가 불을 밝히고 있지만,
11시 정도면 80%의 가게가 어두워진다.
휘황찬란하던 모습은
꿈이었던 것처럼 어둡다.

그쯤 되면 나는 비현실적 거리에서
마음 편한 한마리 배송 맹수가 된다.
대략 10가구 정도 배송을 한 후여서 땀도 좀 나고
몸이 풀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거리에 장애물(미안하지만 대부분이 사람들이다)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배송 물품을 끌어안고
계단도 막 두 칸씩 뛰어 올라가서
물건을 딱 놓고 사진을 쫙 찍어서
약 1,150원을 번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

지난주보다 10가구 배송하는데
시간이 5분 정도 단축되었다.
익숙해 진 탓인지
몸무게가 감량되어서 인지
아니면 체력이 붙은 것인지
지구의 중력이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나를 감싼다.
아무튼 아무것도 나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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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이 흘렀다.
이제 얼마나 배송한 것인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비어있는 거리는
각종 업체의 새벽 배송 기사들과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