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롯이 나의 방이 있는가..
질문을 보자마자 어릴 때 호랑이 담요를 나란히 덮고 자는 세자매가 떠올랐다.
시골집 연탄 보일러 아궁이의 연기 냄새가 살짝 나고, 아래목은 지글지글 뜨거운 옛 우리집의 우리방.
여자 아이 셋이 한방에서 지내니 무섭지는 않지만 내 공간이 없어서 속상했다.
종종 마루 밑에 담배 상자를 넣어서 내 공간을 만들고 뒷뜰 창고의 항아리 안에 있기도 했다. 집에서는 더이상 만들지 못하는 나의 공간을 찾아 산으로 가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무덤 주변에 심은 소나무 위를 기어올라갔다. 바닷가에도 큰 돌을 표시해놨다. 내 자리라고.
내 할머니, 내 아버지, 내 엄마, 내 공간, 내 책상, 내 책, 내..내...내...
가족이 많은 집에서 자라서 '나'만의 것이 갈급한 소녀는 드디어 고등학교에 가서 혼자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3학년이 되어서야. 대학을 가서도 처음 몇년은 부족한 돈을 충당하느라 친구들과 방을 같이 썼고, 서울에 올라와서 선배네 방에 기생했다.
처음으로 오로지 나의 방으로 혼자 이사간 날.
묘한 침묵과 고요와 대화할 사람이 없는 순간과 햇살이 들어오고 기우는 모든 순간이 오로지 나의 것이었다. 옥탑방, 덥고 춥고 가난했으나 내 방이라는 이유 하나로 너무 기뻤던 순간이었다.청춘은 옥탑방과 지하를 오고가다 방이 아니라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는 이제 친구들과 집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자본이라곤 땡전 한푼 없지만 없는 사람들의 없는 돈을 모아 집을 짓겠다고 노력중이다. 영원히 집과 방이 내 것이 아닌 곳을 멤돌다 죽을 줄 알았는데 고양이도 곁에 있고 집도 원하는 컬러와 원하는 문짝을 붙여 만들게 되었다.
온전히 나의 방과 나의 집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대로 말한다. 사회인의 가면을 쓰고 웃고 일도 하고 관계를 맺지만 웅크린 담배 상자에 몸을 집어 넣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던 겁많은 사람이 큰 숨을 쉬면서 쉰다. 타인을 위해 노력하지 않지 웃지 않아도 되고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움직이고 혼자 누워있고 고양이 궁둥이나 두드려주고. 누구를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숨을 쉬는 공간이 나의 방이고 나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