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희 부원희
부원희 08/02/21 8:05 AM

젊은 나뭇잎들이 한껏 뿜는 정기가 가득한 숲이다. 농후한 꽃향들도 이런 밀도의 정기에는 끼어들 틈도 없는 그런 계절이다. 여름이다.
새로 성장한 잎들이 겹겹이 뜨거운 햇살을 다 받아내고 팽팽한 적막을 지켜내고 있다.
그 적막 속에 보인다. 마치 하늘로 다시 오르는 눈이나 흐리게 사라지는 유성과도 같은 모습과 색들이 천천히 흐르는 듯 나는 듯 하는 것을. 아니 떠다니는 듯, 쓸며 미끄러지는 듯 내리고는 하는 것들을. 없다고도 할 수 있을 듯 보드라운 것들이 믿을 수 없이 느리게, 소리도 없이 지고 있다.
숲은 이제서야 보내고 있다. 몇 해를 묵어 다 사그러진 갈참나무 잎사귀며, 나방이 애벌레였을 때 지어둔 실천막 쪼가리며, 나무껍질에 붙은 채 풍화를 거듭한 수액 필름이며, 알껍질에 붙었다 떨어진 어미새의 솜털 같은 것들, 마른 쭉정이, 먼지, 티끌, 그 무엇도 아닌 것같은 것들을 놓고 있다. 이 미련한 사람의 눈 속으로 불티처럼, 검광처럼 찰나로 날아든다. 한없이 가볍고 가여워서 눈물도 나지 않는다. 숲은 가을이 아니고 이 여름까지 품었다가 천천히 작별하고 있다.

저희 시아버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근황의 질문에 대신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