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희

부원희

08/02/21
젊은 나뭇잎들이 한껏 뿜는 정기가 가득한 숲이다. 농후한 꽃향들도 이런 밀도의 정기에는 끼어들 틈도 없는 그런 계절이다. 여름이다. 새로 ...
부원희

젊은 나뭇잎들이 한껏 뿜는 정기가 가득한 숲이다. 농후한 꽃향들도 이런 밀도의 정기에는 끼어들 틈도 없는 그런 계절이다. 여름이다.
새로 성장한 잎들이 겹겹이 뜨거운 햇살을 다 받아내고 팽팽한 적막을 지켜내고 있다.
그 적막 속에 보인다. 마치 하늘로 다시 오르는 눈이나 흐리게 사라지는 유성과도 같은 모습과 색들이 천천히 흐르는 듯 나는 듯 하는 것을. 아니 떠다니는 듯, 쓸며 미끄러지는 듯 내리고는 하는 것들을. 없다고도 할 수 있을 듯 보드라운 것들이 믿을 수 없이 느리게, 소리도 없이 지고 있다.
숲은 이제서야 보내고 있다. 몇 해를 묵어 다 사그러진 갈참나무 잎사귀며, 나방이 애벌레였을 때 지어둔 실천막 쪼가리며, 나무껍질에 붙은 채 풍화를 거듭한 수액 필름이며, 알껍질에 붙었다 떨어진 어미새의 솜털 같은 것들, 마른 쭉정이, 먼지, 티끌, 그 무엇도 아닌 것같은 것들을 놓고 있다. 이 미련한 사람의 눈 속으로 불티처럼, 검광처럼 찰나로 날아든다. 한없이 가볍고 가여워서 눈물도 나지 않는다. 숲은 가을이 아니고 이 여름까지 품었다가 천천히 작별하고 있다.

저희 시아버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근황의 질문에 대신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