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연
더러 동물이 나오는 꿈을 꾸는 편이다. ...
더러 동물이 나오는 꿈을 꾸는 편이다. 그리고 깨고 났을 때 기억에 남거나 기분이 묘하면 계속 그 꿈을 곱씹어 본다. 최근에는 팔뚝만 한 황금 지네가 나오는 꿈을 꿨다. 온몸 전체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다리가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달린 지네였다. 그 지네를 나는 겁도 없이 한 손으로 잡아 들었고 이내 죽였던 듯싶다. 지네를 잡았을 때의 촉감과 묵직함은 실재인 듯 생생했다.
왜인지 모르게 다음 날 나는 복권을 샀다. 자동으로 네 개, 수동으로 하나. 또 긁는 복권 다섯 개. 이렇게 큰돈을 들여 복권을 산 건 처음이었다. 두근거리고 상기되었다. 황금 지네의 꿈 풀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나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후 황금 지네의 꿈과 복권을 샀다는 얘기를 하니 지인이 "너 참 지금 힘들구나, 간절한가 봐"라고 말했다. 그런가? 되물어봤다. 딱히 간절하지도, 힘들지도 않다. 그렇다고 참 괜찮지도 살만하지도 않다. 어쩌면 지속적인 무기력과 권태감이 일상에 대한 감각을 둔하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러한 꿈을 꾸었고 그로 인해 복권을 샀다. 좋은 꿈을 꾼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감에 두근거리던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물어본다. "그 꿈으로 인해 기대했던 행운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