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희
얼마 전부터 백수가 되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한동안 잠을 많이 자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동거인의 생활패턴에 맞추어 6시쯤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6:30쯤 동거인이 출근하고 나면 온전히 내 시간이 되요. 오랫동안 바란 시간인데 잘 못 쓰고 있어요.
집이 작아 오랫동안 고민만 하다가, 며칠 전 마음 먹고 내 방을 만들었어요. 부엌살림이 한편에 자리잡고 있지만, 처음 가지는 내 작업실이에요.
정면에 우리 텃밭과 산과 하늘이 보여요. 산동네 꼭대기에 살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에요. 그쪽에서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참 좋아요. 온갖 산벌레와 산새들의 소리도요.
창 밖으로는 언제나 자연이 보이면 좋겠어요.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만날 수 있도록.
오롯이 나만의 방은 아니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뭔가 해보겠다는 고마운 마음이 생겨요. 용기 같은 걸까요.
오랫동안 내가 만들어내는 글과 그림에 ‘쓸데없는’ 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써서 보여줄 공간이 없었다는 의미여서도 그랬고, 말그대로 무용無用해서도 그랬고요. 쓸데없는 짓거리에 마음이 동하는 편이라서 그 이름이 좋았습니다. 보잘것 없어도 저에게는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작년에 빈 시간이 조금씩 생기면서 아주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때의 마음도 일기처럼 그려두었어요.
5년 뒤 오늘 나는, 이른 아침인 이 시간에 나만의 작업실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작업을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곧 생업을 위한 출근을 해야하더라도 집중해서 마음껏 내 작업을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건강한 호두가 책상 아래 엎드려 자고 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곳이 아닐 수도 있겠죠. 어디든, 초록이 보이는 곳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