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현

진지현

08/03/21
오늘 내 방에 누우니 천장에 작은 야광 불빛이 멀리서...

오늘 내 방에 누우니 천장에 작은 야광 불빛이 멀리서 빛난다. 이 집에 산지 벌써 15년이 넘어가는 동안 잊고 있던 빛이다. 늘 휴대폰을 만지다가 잠이 들어서인지 15년의 시간이 지나온 탓인지 빛은 희미해졌다. 초등학교 시절 이 집으로 처음 이사와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악몽을 꾸었다. 그때 나는 아빠에게 야광별을 사다달라고 했다. 하지만 야광별을 찾다가 야광 곤충들을 사다주었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빛나고 있는 야광별을 생각하던 내가 실망할 것 같았다고 한다. 예상과는 다르게 야광 곤충을 보고 좋아하며 천장에 붙혔다고 한다. 이런 나를 키우며 아빠는 매번 둔한 아이인지 예민한 아이인지 헷갈렸다고 한다. 갑자기 방에 누워 천장에 여전히 매달린 곤충들을 보니 지난 시절이 생각나며 웃기기도 하고 지난 15년동안의 이 방에서의 여러 기억이 스친다. 다 새 것이였던 벽지는 누렇게 때가 탔고 15년전 그 자리 그대로 책상이 위치하고 있다. 갑자기 이제는 따로 사는 우리 아빠의 얼굴도 떠오른다.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저 희미해진 야광 곤충과도 같은 희미한 망각인 것일까. 내일은 이 곤충들을 몇장 사진을 찍어야겠다.

진지현

08/03/21
나는 쉬는 방법을 잘 몰랐다. 비어 있는 시간에는 무언가를 반드시 했다. 지금도 어린 나이지만 불과 몇년 전에는 7일내내 매일 몸을 ...

나는 쉬는 방법을 잘 몰랐다. 비어 있는 시간에는 무언가를 반드시 했다. 지금도 어린 나이지만 불과 몇년 전에는 7일내내 매일 몸을 움직여 왔다. 작업을 하기 위해 작업실 비용을 충당하려면 일주일 기간 동안 쉴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려야하는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였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생각을 늘 급급하게 쫓기듯 해왔다.
그런 시점에 몸과 마음이 아파왔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다시 하기까지는 1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방에 겹겹이 쌓인 옷은 나의 상태와도 같았고 그 옷들을 최근에서야 다 정리했다. 몸이 나를 멈추도록 만들어준 셈이다. 지금 나는 휴일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일주일 중 하루는 반드시 집에 누워 집에 있는 어지러운 사물을 지켜보며 휴식을 갖는다. 작업에 대한 즐거움보다 압박이 먼저 다가올 때면 밖으로 나가 주변 시장을 돌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맛있어 보이는 시장음식들을 골라 사서 들어와 먹는다. ( 그래서 살이 아주 많이 쪘다.) 특히, 나는 강아지 미용 영상을 보며 마음으로 쓰담쓰담해줄 때 가장 많이 웃는다. 그렇게 언젠가 부터 나에게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연스럽고 생활에 녹아 있는 한 부분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나에게는 이제부터 스스로에게 의무적으로 만든 시간이다. 이런 짓, 저런 짓을 통해 아등바등 긴 시간을 건너왔다. 이제 나에게 있어 의무적인 휴일은 작업을 지탱하는 근원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서야 나의 그리기가 시작 된 것만 같다.

진지현

07/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