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최수진

07/04/21
느지막이 일어나서 조금 꼼지락 거린다. 친구가 강아지를 맡긴 날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누워서 같이 놀다가 다시 잠들곤 한다. 늘 아침형이고 싶었지만 30년 이상 나를 돌아봤을 때 ...

느지막이 일어나서 조금 꼼지락 거린다. 친구가 강아지를 맡긴 날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누워서 같이 놀다가 다시 잠들곤 한다. 늘 아침형이고 싶었지만 30년 이상 나를 돌아봤을 때 오전 시간에 정신이 맑았던 적이 없다. 수면 시간이 하루 컨디션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는 편이고 평균 수면 양을 조금이라도 못 채우면 머리가 멍한 채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단 여행지에서는 완벽한 아침형 인간이 된다. 그냥 눈이 떠진다.) 씻고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확인한다. 내키는 날에는 공들여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다. 또띠아에 스리라차 소스와 마요네즈를 섞어 바르고 채소와 달걀, 올리브, 토마토 등등을 넣고 먹는다. 케일 주스, 오트밀, 식빵, 과일을 먹기도 한다. 계절에 따라 브런치 스타일이 조금 달라진다. 추워지면 수프를 끓이거나 누룽지를 끓여먹기도 한다. 미팅이 있거나 일이 있는 날에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일이 없는 날엔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아이돌 무대 영상들을 찾아보며 뇌를 활성화시킨다. 매번 달라지는 무대와 의상 컨셉을 체크하는 것을 즐긴다. 대충 뇌가 활성화되면 메일을 확인하고 해야 할 업무들을 본다. 해야 할 업무들이 있을 때 매번 마감일까지 버티는 편이다.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고 들어와서 작업 준비를 한다. 정말 가끔은 집 앞 낮은 산에 올라간다. 산에 올라가면 보상 심리로 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굳이 뒷동네로 내려가 등산객들이 많이 가는 식당에 가서 들깨 메밀수제비나 메밀묵사발을 먹고 먼 길을 돌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유화 작업을 잠시 쉬는 기간에는 요리에 집중하는 일이 잦다. 식재료를 보면 색과 형태가 예뻐서 그림 속 정물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요리하는 순간들을 작업과 연결시킬 때가 많다. 작업 모드 일 때에는 종종 사 먹거나 간단한 요리를 한다. 유화로 손이 엉망일 때가 많아 요리하기가 꺼려진다. 요즘은 집 근처에서 콩국수랑 김밥을 자주 사 먹는다. 식당에 혼자 가도 메뉴 두 개를 시킬 때가 있다. 배가 든든하고 코어에 힘이 들어간 완벽한 컨디션이 되면 작업을 시작한다. 저녁을 먹고 자기 전까지 느슨하게 작업 모드를 유지한다. 중간중간 요가매트를 깔거나 소파에 누워서 아이패드로 오목을 한다. 인공지능과 오목을 몇 판 두다 보면 나름의 리프레시가 된다. 내가 뭐하고 있지? 이제 작업하자 하는 내면의 소리와 함께 다시 붓을 드는데, 이런 사이클이 작업을 하면서 대여섯 번을 도는 것 같다. 일찍 잠들지는 않지만 12시 이후가 되면 코어 힘과 집중력이 급격히 하락세로 들어가고 붓을 씻거나 노트북으로 필요한 것들 쇼핑을 하거나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뇌를 자기 전 멍한 상태로 만든다. 운동을 하진 않으면서 관련된 소품들을 구경하고 사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선 아 내일부터는 운동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서서히 취침.